코로나 확진 5일째: 허하다! 입속도 내 마음속도

고박사가 본 세상 2022. 8. 17. 07:57

코로나 확진 5일째

어제 밤12시에 소피보고 잠자리에 들었더니, 오늘 5시반에 소피 보았으니 잠은 잘 잔 셈이다

새우 잠으로 몸을 뒤척이다가  7시에 일어나니 허하다!!

내 입속도 허하고, 마음도 허하고, 사는 모든 것이 허하다!

창문을 꼭 닫고 잤더니 덥고, 땀 흡수하라고 면티를 입고 잤더니 더 덥고, 땀이 많이 나서

방 습도를 낮추려고 에어컨을 켠다.

허하다는 느낌!  그냥 허하다. 모든 것이.. 팍스로비드덕에 가볍게 코로나는 지나가는 것 같은데

4일이상을 방에서 여러 가지 잡생각에 빠지다 보니 살아온 모든 것이 너무 허한 것 같다.

우선 내 입속은 마치 뜨거운 국물 잘 못 마셔서 입천장이 데인 후처럼 허하고, 신맛이 입안에 돈다.

집사람은 팍스로비드 부작용인지 어제 저녁부터 입이 쓰다고 한다. 그래도 기침 많이 할까 봐 밤에 팍스 복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 밤에 둘이 같이 팍스 복용하고 잤다.

시계가 8시를 가르치려 한다. 슬슬 거실로 나가 집사람 상태 좀 살펴봐야겠다.

 

이제 아침식사를 예전처럼 둘이 마주 보고 앉아 식탁에서 같이 즐긴다.

며칠 만인고 하니 5일만에 같이 한다. 지난 토요일에 나는 서서 뒤 베란다에서 아침을 해결하였으니까.

아침 마치고 나는 팍스로비드이외에 처방해 준 감기약류는 오늘부터 안 먹기로 했다. 총 4포를 폐기할 예정.

11시에 집사람과 나란히 팍스로비드를 복용한다. 이제 나는 오늘 밤에 한번만 먹으면 끝인데, 집사람은 이제 3번째이니 long and winding road가 남아있는 듯.

이제 안방으로 끌고 들어왔던 노트북이며 간이 책상을 모두 원 위치시켰다. 그리고 샤워를 마침 후 옷 정리에 들어간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입어 땀이 가장 많이 베인 스캐쳐스상표 티셔츠와 월요일과 화요일에 입은 조금은 두터운 면티를 쓰레기봉지에 넣는다. 이외에 지난 목요일 으시시하다며 긴바지를 있었었는데 사실 그때 그 바지에 콧물을 두세 차례 슬쩍 묻혀버린 그런 바지라서 이번 기회에 버리기로 했다. 버리는 김에 옷장을 뒤져서 버리기 아까웠던 반바지, 특히 두고 간 반바지를 버리기로 했다 장속에 있는 저 옷들 다 입지 못하고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뭉클. 

그리고 찾아 입은 나이키 T셔츠- 2001년 미국 East Lancing에 소재한  Michigan State Univ.에 갔을 때도 저 옷을 입고 있었으니 실제 21년이 넘은 나이키 셔츠!. 올해 입고 가을되기 전에 버릴려는 계획으로 이제 집에서 막 입을 대상이 되었다.

사진첩을 찾아보니 미국유학중 입었던 다른 티셔츠는 거의 다 버렸느데, 이것만 남아 있네요. 올해엔 이 옷도 Good bye! 

가을이 오기전에 꼭 버리자!   옛 2001년의 사진속 나이키 T셔츠 사진속 이박도 정년이겠네... 잘 지내겠지.

미시간주립대의 Owen기숙사앞에서 - 대학원생용 기숙사.한창때인 2001년 7월! 좋을 때였다. 빳빳한 49세!

이제 많을 것을 정리하여야 할 시간이네요.

더 중요한 것도 정리가 될까요? 남은 인생을~~  옷처럼, 책처럼 쉽게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부분만이라도 떼내어 버릴수 있다면?

 

점심은 내가 냉면을 준비하기로 했다. 계란을 하나 삶고 있다. 계란 삶을 용 조그만 손잡이 냄비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오늘 날씨는 너무 좋다. 나가지 못해서 더 좋게 느껴지나 보다. 역시 빼앗겼을 때 자유의 진가를 맛본다더니.

하늘을 쳐다본다. 뭉게구름이 무심하게 혹은 허하게 떠 있다. 나는 이제 남은 여생을 어찌 살아야 하나?

내 아버님은 신군부에 의해 거진 강제로 퇴직하신 후, 2006년까지 근 25년을 특별한 일도 없이 어찌 소일하셨는지 하며 돌아가신 분을 소환해 본다. 나는 이제 백수 5년차이다. 무언가 해야겠다. 친자손 보러 갈일도 없고..

외손은 오는 2024년에 초등학교를 들어가니 외손 돌봐준다며 시간 보낼수 있는 세월도 올해를 포함해 2년, 올해도 반이 갔으니 이 소일거리마저 곧 끝난다. 

 

점심을 같이하는데 집사람은 계속 입이 쓰다고 한다. 나는 소가 반추하듯이 되뇌일 때만 신맛을 느낀다.